이제 많은 시간이 지난 뒤에 비로소 나는 내 삶의 많은 것들이 나의 의지나 노력이나 재능이 아니라 우연한 사건들과 사소한 말과 무심한 행동들, 그리고 종종 경솔한 판단들에 의해 정해져왔음을 본다. 그리고 나와 관련된 이보다 훨씬 더 많은 일들이 내가 알 수 없고 나와 전혀 무관한 곳에서 일어났다는 것을 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주사위가 던져지고 어쩌다 손에 들어온 인생의 책장을 펼치며 우연에 의탁해왔다는 것, 그래서 많은 것들이 회한으로 남게 되었다는 것을 이제야 문득 깨닫는 것이다.
안규철 <아홉마리 금붕어와 먼 곳의 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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