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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1.04.09 꿈 속의 황소윤 그리고 쇼리
카테고리 없음2021. 4. 9. 13:09

# 아니 내가 아무리 꿈을 많이 꾸는 개꿈녀라 해도 오늘의 꿈은 정말 너무도 생생했다. 꿈에서 황소윤이 나를 어찌나 꼬셔대는지 정신을 못 차렸다. 그는 약간 술에 취해 있었고 내 작업실에 와 있었는데, 나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었다. 그냥 인간 대 인간으로 나랑 자고 싶어 한 것 같다. 나는 황소윤의 적극적인 대시가 좋으면서도 자꾸만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말해주고 이해시키려고 계속 행동을 제지하고, 정신을 차리게 한 뒤 작업실을 구경시켜주었다.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고 하면서 특히나 국카스텐의 앨범 작업을 함께 했다는 말을 강조했다. 그런데 반응은 좀 시큰둥했다... 황소윤은 시시때때로 틈만 생기면 나를 꼬시려고 했고 거의 넘어가려는 찰나에 시간을 보니 저녁 6시 반... 아기를 데리러 가는 시간은 4시... 두 시간 반이나 지났는데 까맣게 잊고 있었던 나의 아기. 그 상황에서 박차고 나와야 했는데 나는 계속 어린이집에 가지 않고 전화만 하려고 하고 또 전화가 안되고(꿈에서는 모든 게 다 굼뜨다), 계속 전화 시도를 하는데 또 안되고(이건 뭔가 고의성이 있는 것 같았다) 그러다가 결국 잠에서 깼다. 잠에서 깨고 나서는 아무것도 성사되지 않은 것이 어쩌면 나의 기본적인 보수적 성향과 나에 대한 윤리적 잣대 때문이라는 걸 확신하면서, 하. 정말 꿈속에서까지 이러기냐 싶었다. 꿈속의 황소윤은 매우 거칠고 대담하고 적극적이고 내가 가지지 못한 부분들을 다 가지고 있는 여성이었다. 그에게 빠지지 않을 이유는 없었는데 나는 그걸 이성의 힘으로 물리쳤다! 꿈에서 깨어나서는 왜! 왜! 물리쳤어! 하고 후회했다. 아무튼 오늘의 팬심은 여기까지...ㅋㅋㅋㅋㅋ

# 얼마전 독서모임에서는 버틀러 언니의 생애 마지막 소설인 <쇼리>에 대해 토론을 했는데, 소설 내에서의 윤리적인 잣대를 어디까지 받아들이고 받아들이지 말아야 할지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 지점이 있었다. 미성년 흡혈귀인 쇼리의 섹스 장면에 대해서. 실제로는 53세로 나오지만 그건 인간의 나이 기준에서 그렇고 흡혈귀의 나이로 따지면 아직은 성인이 되지 않은 상태였는데, 자신의 공생인들과 관계를 맺는 장면에서 흡혈만 하지 않고 남성 공생인과 섹스도 동반이 되는 장면이 종종 나왔기 때문이다. 나는 그저 이나의 세계에서는 저게 받아들여지는 것이겠지 하고 이해를 했다. 그러니까 인간의 세계를 기준으로 이해하지 않았다. 불편한 지점이었을 수도 있지만 미성년자의 성욕에 대해서 ‘넌 아직 어리고 잘 모르니까 성에 대해서도 욕구를 표출해서는 안돼’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았달까. 버틀러는 흑인들의 과거 역사를 그대로 가져오지 않고, 그 전형을 살짝 전복해서 소설로 그려냈는데 소설을 읽으며 내가 흑인의 처참한 과거들을 떠올리지 않았다는 게 어쩌면 버틀러의 의도였지 않았을까? 그저 인종차별이나 가부장제를 대놓고 비판하는 게 아니라 그냥 이나라는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놓고 스며들듯이 상상하는 방식을 의도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 자체가 싫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이게 무슨 전복이냐고 하는.) 그러나 나는 이 소설을 매력적으로 읽었다. 쇼리가 많은 소수자들의 전형을 다 갖추고 있는 캐릭터이지만 욕망의 주체가 되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느꼈다. 나도 그런 욕망의 주체가 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단말이지.

Posted by go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