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끼 식사도 제대로 못해서 기운도 없었고, 거기다가 이곳 남자아이들이 너무 추근덕거려서 툴툴거리면서 걷고 있다가 이상한 길로 가고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는 밤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도대체 숙소는 어디야...' 하면서 내 공간지각력을 탓하고 있을 때, 건너편 빵집 아저씨가 내 표정을 읽은건지 손가락으로 트램역을 알려준다. 다행히 헐레벌떡 뛰어가 역 발견. 밤의 침묵과 트램의 전동소리가 가까워지니 긴 긴 한숨도 사그라들었다. 사드자그로울 광장에 도착 했는데, 사진을 찍어달라던 저 아이때문에 트램을 내려서 찍어주었다. 복스러운 아이와 엄마의 미소가 나를 행복하게 했던 곳.
트램을 내려서 숙소로 걸어가는 그 깜깜하고 눅눅하던 길이 생각난다. 문이 없고 덜컹덜컹 거리는 엘레베이터는 몇번씩 타도 계속 적응이 안되었고. 왠지 많이 무섭고 잘 적응이 안됬던 도시였다. 카이로에서 5시간 떨어진 이곳에서의 하룻밤은 정말 무서웠고 침낭 안에서 얼굴도 못내밀고 떨면서 잤던 기억. 침대 오른 쪽 까만색 장농에서 목매단 시체가 툭 하고 튀어나와 내 침대 시트위에 떨어질 것 같은 좋은 구도. 번잡하고 더럽고 시끄러운 카이로의 숙소가 그리웠고, 얼른 이 도시를 떠나고 싶었다. 참 아름다운 곳이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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