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2023. 8. 9. 22:17

올해도 어김없이 세가족 펜타포트! 작년에는 더위땜에 애기도 우리도 다 고생을 했던터라 이번에는 낮에 하는 공연들은 포기를 하고 오후5시부터 밤 12시까지 그곳에 있었다. 아기들을 위한 수유실이 있어서 아기와 중간 중간 에어컨을 쐬기도 하고, 그곳에서 밥도 먹였다. 근데 문제는 수유실을 청소하시는 아주머니들...하. 정말 할말이 많다. 사람들이 쓰레기도 못버리게 쓰레기통 엎어놓고, 본인들은 계속 자리를 차지하고 수유실에 앉아 에어컨을 쐬면서 애기 아빠가 들어오면 눈치를 주고, 애기한테도 '자주 오지마라, 전자렌지 만지지 마라, 흙 묻히고 들어오지 마라, 바닥 닦았으니까 이제 들어오지 마라'길래 "네? 들어오지 말라고요?"라고 하니 말 바꿔서 밤 11시까지 하니 그 이후에 들어오지 말라는 얘기였다는 둥. 갑자기 애기 팔을 잡고 바닥 걸레에 발을 닦으라는 둥 아주 몰상식하기 그지 없었다. 놀러와서 언성 높이기도 싫고 싸우기도 귀찮아서 그냥 무시했는데, 펜타포트 건의사항 같은거 적는 게시판 있으면 적고 싶은 심정. 그래서 여기에 대충 적어본다. 수유실에서 갑질하고 계신 아주머니들...아기를 위한 곳인데 그러고 있으니 화가 많이 났다. 내년에도 또 그럴까 걱정이네.(2년 내내 똑같았음, 혹시 똑같으신 분인가?)  

얼마전 순례길을 걷고 온 아빠 팔과 다리는 갈색 토시를 입은 것 같네. 하얀 양말 신은 고양이 같다.ㅋㅋㅋ

4살 울 애기는 벌써 두번째 락페네. 작년처럼 이렇게 올해도 또 찍어봤다. 

우연히 만난 남편의 지인분이 찍어준 가족사진.ㅋㅋㅋ 새소년 공연 기다릴때! 노을이 넘 아름다웠다.

넘 설레구욧

 

20대 때는 맨날 알바하고 학비내고 생활비벌고 작업을 겨우 겨우 하는 삶을 연명하였기에 이런 락페는 꿈도 못꿨다. 나처럼 락을 사랑하는 사람이 락페에 못가는 게 어찌나 억울하고 부러웠는지. 가장 부러웠던 건 다른건 다 빼놓고서도 라디오헤드가 내한을 했을 때였다. 그걸 내가 못가다니 말도 안돼…하며 땅을 치고 마음속으로 무지 울었던 기억. 아가를 낳고 그때 락페에 못간 한을 푸는 것 같다. 이러나 저러나 나는 너무 락을 사랑하는 사람...20대의 마음으로 놀았다.

우리 부부를 닮은 아기는 새소년 (=빨간 옷 언니. 작년 펜타포트때 재패니즈 브랙퍼스트 공연에 나온 황소윤이 위 아래 빨간 옷을 입고 등장했었다. 그때의 강렬한 기억때문에 3살 아기는 그때부터 1년간 황소윤을 빨간옷 언니라고 불렀다) 공연을 무척이나 기다렸다. 그리고 아빠에게 장장 1시간을 안겨서 봤다. "아빠 근데 테잌 오 마이 니이이이~ 이 노래는 왜 안나와?" 라고 물어보고 또 나한테 와서도 엄마 그 노랜 왜 안나왔어? 그러길래 "그건 빨간옷 언니가 밴드로 할때 음악이 아니고 혼자 활동하며 낸 앨범에 있는 음악이라 그래~"라고 설명해주었다. 아기와 아빠는 그렇게 공연을 보다가 카메라에 잡혀서 스크린에 몇번이나 등장했고, 행복하게 즐기는 모습이 찍혀서 보는 나도 너무 웃겼다. (그 후 아빠의 팔은 며칠간 힘이 안들어갔다고 함...또르르) 그리고 국카스텐 팬 분이 우리 아기를 스크린에서 보고 나에게 디엠을 보내주었다. 그 찰나를 발견하신 그 팬분도 넘 대단하시고, 또 반갑기도 하고, 참 재밌었다. 마지막은 김창완 아저씨였다. 울 애기는 "아니 벌써~"이러면서 계속 춤주고 파닥파닥거리고 아주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잔디를 뛰어다녔다.(꼬맹이 에너자이저)

집에 오니 밤 12시. 아기는 씻지도 않고 곯아떨어졌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엄마 우리 어제 어디 갔다왔지?"라고 물어본다.ㅎㅎㅎㅎㅎ "공연 넘 재밌었지? 응! 우리 다음에 또 가자! 응!" 행복한 순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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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books2023. 8. 9. 18:32

내가 예전부터 많이 애정하는 박문영 작가님의 신간이 나왔다. <주마등 임종 연구소>라는 책 제목만 보고도 "이건 사야해!"하는 마음에 바로 구매 버튼을 눌렀다.^^ 난 <사마귀의 나라>라는 SF소설을 우연히 접한 뒤 많은 이들에게 그 책을 추천했다. 그러다 SF 독서모임에도 추천을 하기에 이르러...박문영 작가님이 우리의 모임에까지 절판이 된 그 책을 몇권 들고 오셨던 기억이 난다. (아니...복사를 해서 오셨던가? 우리가 복사를 해서 읽었던가? 그것까진 기억이 나질않네...난 현재 절판이 된 그 책을 소장하고 있다!) 아무튼 그때의 작가님은 뭔가 내가 상상했던 대로 진중하고 조용한 느낌의 분이셨고 전시를 하면 꼭 초대해달라고 하셨었는데, 난 육아를 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그때의 그 만남 이후로는 뵐 기회가 없었다. 작가님은 계속 창작활동을 하셨기때문에 계속 책들이 나왔는데, 그때마다 사 놓기만 하고 제대로 읽지를 못했다. 그래서 주마등 이 책부터 꼭 꼭 빨리 읽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집에 사놓고 몇년간 읽지 못하고 있는 <지상의 여자들>도 펼쳐봐야겠...

울 애기가 그려준 그림을 책갈피로 쓰고 있다. 책을 열때마다 귀여움이 X1000000!!!!!

참 주옥같았다. 연필을 쥐고 몇 문장들은 계속 반복해서 읽었다. 그러다가 내가 죽기전에 가장 먼저 떠올리며 죽고싶은 장면이나 상황들을 남편에게 (갑자기) 카톡으로 보내게되는데......... 남편은 왜 이런 이야길 하냐고 하면서도 "맞아 그때 정말 좋았지" 라고 대답해주었다. 그리고 얼마전에는 "나도 마지막으로 떠올리고 싶은 기억이 있는데... 우리 애기랑 셋이서 엄마 까투리 주제곡을 불렀을 때야."란다. 나는 "굳이 그때를 왜?"라고 물었는데, "엄마 까투리 주제곡 가사가 너무 아름답잖아. 내가 불렀을때 가사 틀리면 애기가 아니야 그거 틀렸어 하면서 고쳐주고 다시 같이 부르고...그때가 너무 좋았어." 라고 말했다. 배시시 웃음이 나왔다. 그때 기억이 나서. 난 아기가 태어났을때도 참 행복했지만, 나에게 "엄마는 언제부터 엄마가 되었어요?", "저를 낳아주셔서 감사해요."라는 말을 하는 현재가 더 행복한 것 같다.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소설이었다. 예전에도 눈을 뗄 수 없는 전개와 필력으로 엄청난 이미지들을 떠올리고 상상하게 했었는데, 이번에도 너무 자연스럽게 그런게 가능했고, 파국에 대해 이야기하면서도 죽음에 더 가까워지려는 느낌이 좋았다. 그렇게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은 그 만큼 생을 더 사랑한다는 뜻일거라는 짐작에서다. 작가님의 소설을 읽고 있노라면 내가 바라보는 세상,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들, 내가 그림으로 표현하고 싶은 내용들이 하나로 묶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렇기때문에 더욱 더 희귀하고 특별하다고 믿고, 그렇기때문에 내가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이유라고 믿는다. 작가님의 글을 오래오래 읽고 싶다. 

Posted by goun
Music2023. 8. 1. 00:35

 

아기의 어린이집 방학과 딱 겹쳐서 유모차를 끌고, 대중교통으로 더현대까지 감. 이제는 유럽 여행력이 늘어서 유모차로 어디든 갈 수 있을 것 같은 자신이 있다. 별로 힘들지도 않음. ㅎㅎㅎ 아기는 빨간옷 언니다! 이러면서 또 엄청 좋아했다. 1시간을 기다려서 입장했구 나는 오늘 또 다시 알게됐지. 덕질이 가장 행복하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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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Works2023. 7. 31. 18:57

매일 엄마 작업실 가자고 하는 꼬마. 지금까지 내 그림에 손 못대게 했는데 이날은… 내 마음이 좀 해탈이 되어서 기냥 냅둠. 그랬더니 짜놓은 물감을 죄다 섞어서 내 그림에 다 발라버리고는 너무 행복하게 웃는다. 그래~ 애기야~ 니가 행복하믄 됐다~ 이 그림은 다음 날 다시 그렸다.^^

Posted by go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