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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1.10.25 근황
  2. 2021.10.14 엄마라는 이름
  3. 2021.06.23 인생 17개월 차
  4. 2021.06.21 아가와 작업실 나들이
  5. 2021.06.16 하늘이 예쁜 오늘
Diary2021. 10. 25. 00:09

# 나는 요즘 너무 피곤한 날과 그럭저럭 괜찮은 날이 반복되는 하루하루를 산다. 그마저도 다행이라 생각하면서. 평생 운동을 제대로 해본 적 없던 사람이 아기를 출산했으니 그 이후의 삶은 안봐도 뻔하지. 출산 전부터 안좋던 목이나 어깨 등쪽은 점점 더 심각하게 굳어가는 느낌이고, 그냥 온몸이 돌덩이처럼 무겁다. 그리고 출산 전보다 몸이 10킬로나 불어있어서 뭘 하든 더 힘들게 느껴지는 것 같다. 그러나 아기가 내 눈 앞에 있으니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고 보는게 맞다. 정말 살기 위해 운동을 해야한다. 이제 올해가 지나면 내 나이의 앞자리수가 바뀌니, 정말 이제부터라도 정신을 차려야한다.

금요일엔 아기가 콧물이 나서 어린이집에 보내지 못했고, 가정보육을 하다가 도저히 안되겠어서 유모차끌고 작업실에 나왔는데, 낮잠도 안자고, 작업실을 뛰어다니며 기름통에 손을 넣었다가 카펫에 쏟고, 그림에 끄적끄적 낙서하고...내가 잠깐이라도 눈 앞에서 안보이면(화장실갈때) 울고불고 난리가 나서 겨우 2시간 정도 나무를 몇개 그리다가 왔다. 토요일에는 아기가 요즘 엄마를 많이 찾아서 산책하고 놀아주다가 늦은 오후가 되어서야 작업실에 나와서 저녁까지 딱 3시간 작업하고 집으로 갔고, 일요일에는 아기와 놀아주던 아빠 허리가 나가는 바람에 작업실에서 작업하다 다시 집으로 가서 애를 봤다. 작업을 하려고 하면 자꾸 무슨 일이 생기고, 내 손이 필요한 순간이 생기니까 집중을 할래야 할 수가 없었다. 풀리지 않는 작업을 한달 두달 세달째 바라만 보면서 한숨만 푹푹. 

그래도, 육아하면서 작업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해야하는걸까. 아니면 그냥 작업을 좀 놓고 내 몸을 더 챙겨야 맞는걸까. 몸을 챙긴다는 핑계로 붓을 안들면 자꾸만 더 더 오래 붓을 들지 못할 수도 있다는 압박감과 불안이 들텐데. 내가 그 스트레스를 잘 이겨낼 수 있을까. 더딘 작업 속도보다 더 큰 스트레스인건 앞이 잘 보이지 않는 내 작업에 대한 확신없음이다. 확신이 서지 않는 작업들을 몇달간 보고있자니 나도 답답하고, 진이 빠지는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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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Diary2021. 10. 14. 15:02

딸은 이제 만 2살도 되지 않는 작고 꼬물거리는 아기지만, 아침만 되면 짹짹이 보러가자고, 안아서 베란다 나가자고 하고, 책 읽어달라고 책책 책책 책 그러고, 우유 달라고 우유 우유 우유 그러고, 창가에 같이 붙어 하늘을 보면 짹짹아~ 하고, 달 달 달을 부르고, 맘마를 달라고 하고, 맘마를 다 먹고나면 (바)나나를 달라고 하고, 나나를 먹고나서는 내가 먹던 떡을 쓱 낚아채 입에 물고 냠냠한다. 상위에 놓인 포도를 한알 따서 작은 손으로 껍질을 눌러 까 입안에 쏙 넣고 씨는 오물오물 입안에 물고 있다가 내가 손을 뻗으면 뱉는, 너무 작고 귀여운 생명체다. 

계단을 오를때는 가끔 내 손을 싹 뿌리치면서 스스로 계단을 오르고 내려가려고 하고, 자기 전에는 어둠 속에서 내 얼굴을 만지고 탐색하며 왼쪽 볼 오른쪽 볼 번갈아가며 계속 자신의 입술을 대 본다. 깔깔 웃고, 엄마 보고싶었어? 하면 으으으으으응 한다. 아침에 일어날때 내가 옆에 누워있으면 그 작고 통통하고 부드러운 손으로 내 볼을 스윽 스윽 쓰다듬는다. 귀여운 아기. 엄마는 계속 노력할게. 우리 아기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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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Diary2021. 6. 23. 23:45

내 아기는 오늘도 또 한걸음 한걸음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갓 태어났을때는 눈에 촛점도 없어서 당췌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가늠도 안되고 그냥 멍한 표정이 주 였는데, 돌이 지난 후 아가의 성장은 어마무시하게 신비로운 일들로 가득찼다. 어떻게 이렇게 성장을 하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아이는 이제 뛰고, 말을 하고 싶어서 안달이 난 것 같고, 목소리도 점점 크게 내고, 내가 하는 모든걸 따라하려고 한다. 머리카락을 집어 봉다리에 넣는 시늉을 하고, 돌돌이로 먼지들을 떼어내고, 주전자 가져와 하면 가져오고, 기저귀 통에 넣어 하면 통에 넣고, 읽고 싶은 책 골라와 하면 골라오고, 책 다시 제자리에 꽃아놔 하면 꼽고, 앉아, 눕자, 일어나봐, 그림그리자, 치카치카, 맘마 등등 기본적인 행위들은 다 알아듣는 것 같고, 바나나 버스 까치 치즈 우유 물 등등의 단어들을 말하려고 하고, 자기 전에는 이불~이불~하고, 토닥토닥도 하고, 비누방울을 불려고 바람을 훅훅 불고, 뽀뽀해달라 안아달라 하면 다 알아듣고 그대로 한다. 이건 뭐 인간이 되어가는 과정을 눈앞에서 보고있자니 엄청나게 놀랍고 신기한 경험이 아닐 수 없다. 주변의 모든걸 흡수하는 느낌이랄까. 아기는 이런 능력을 애초부터 가지고 태어난 것이다. 정말 위대한 힘이다.
얼마전 어린이집에서는 텃밭에서 감자를 캤다고 한다. 이건 너무 그럴싸하잖아?ㅋㅋㅋㅋㅋ 사진을 보고 웃겨서 말이 안나왔다. 너무나도 진지한 표정.ㅋㅋㅋㅋㅋ

엄청나게 작은 손으로 많은 걸 하고 있다. 내가 가르쳐주지 않은 것들까지도 다 배우고 경험하고 있는 아기. 아기라는 존재는 스스로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을 가지고 태어나는 것 같다. 그래서 너무 너무 신비롭고 대단하고 기특하고 멋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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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Diary2021. 6. 21. 01:24

오늘은 아기와 함께 작업실에 나왔다. 아기는 내 붓을 들고 휘적휘적거리며 작업실을 활보하고, 짜논 물감들에 자꾸만 손을 대려고 했다. 집에서는 안됀다라는 말을 최소한으로 하기 위해 그런 말이 나오지 않도록 환경을 많이 바꿔놓았지만 작업실은 아기의 호기심 천국이었다. 난 어쩔 수 없이 안돼 안돼 하면서 아기 뒤를 쫑쫑 쫓아다니며 물감과 팔레트들을 치웠다. 워낙 저지레 없고 얌전한 아기여서 헤집고 다니지는 않았으나 작업을 하려니 어쩔 수 없이 유모차에 앉혀 키즈 프로그램을 보여주었다. 집에도, 작업실에도, 티브이 없이 산지 십 년 가까이 되었는데, 얼마 전 오래 이용한 통신사에서 무료라며 준 티브이가 이렇게 유용할 줄이야. 어린이 티브이 채널이 따로 있어서 까투리 만화를 틀어줬다.ㅎㅎㅎ 나는 아기 옆에서 붓질을 몇 번 하고, 다시 아기 얼굴을 보고, 또 붓질을 몇 번 하고, 다시 아기를 보고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작업이 되는 둥 마는 둥 하였다. 그냥 붓질만 하고 있었던 거 같다. 망친 건가 싶기도...

사실 오늘은 아침에 또 악몽을 꿨다. 아기가 새벽같이 일어나 계속 책을 읽어달라고해서 잠에 취한 나는 비몽사몽 책을 읽어주는 둥 마는 둥 하다가 다시 잠이 들어버렸고, 아기 아빠가 아기를 케어하는지도 모른 채 렘수면 상태로 악몽을 꾼 것이다. 내가 아기를 잃어버리는 꿈. 이 꿈은 벌써 3번 정도 꿨고, 꿀 때마다 너무 생생해서 그날 컨디션은 완전 최악이 된다. 죄책감에 시달리면서 잠에서 깨어나니 부엌에서 아기 웃음소리가 들렸다. 꿈에서 깨어나서는 울기 직전이었는데 그 소리에 너무 큰 안도감이 들었다. 이런 꿈은 정말 꾸기 싫은데, 화장실 꿈 이후로 가장 많이 꾸는 꿈인 것 같네. 내가 어디까지 어떻게 아기를 잘 돌봐야 이런 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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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Diary2021. 6. 16. 14:26

작업실 작은 창문 사이로 바람도 숭숭 들어오고, 하늘도 예쁘고, 좋은 날이로다. 오늘은 작업 진짜 열심히 하고 아기랑 산책하러 멀리 나가야겠다.^^

Posted by go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