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에 해당되는 글 270건

  1. 2022.10.11 안전하지 않은 세상
  2. 2022.05.19 위로를 삼킨 조각 _홍근영 개인전 (gallery jacob)
  3. 2022.05.15 달 밝은 밤에
  4. 2022.04.25 미룸과 미움
  5. 2022.02.03 불혹
Diary2022. 10. 11. 14:40

# 얼마전 **지역 삼남매 살인사건에 대한 기사와 관련 영상을 봤다... 육아를 하면서 이전에는 단 한번의 폭행도 없이 사랑으로만 키웠었는데, 타인에 의해 가스라이팅을 당하게되면서 그런 자식들을 매질로 죽이고 부활할것이라 믿으며 시체와 함께 있었다가 발견된 사건이었다. 아이들의 부패 정도는 심각했다. 혈액과 내장들이 다 썩어 검게 된 표피층... (사진을 보니 마치 불에 탄 발 같았다.) 근데 그렇게 되려면 몸 안에서 부패액이 많이 나왔을거라 하는데, 그 부모들은 아이들의 부패액을 닦아가며 다시 살아날것을 기대했을까? 정말이지 그 행위들을 어떻게 이해해야할지 모르겠어서 순간적으로 눈물이 났다. 아무리 가스라이팅을 당했다해도 눈 앞에 아이들이 거품을 물고 쓰러지는데, 어떻게 그 생각들-아이들 몸속에 마귀가 들었다는-을 온전히 밀고나갈 수 있는걸까? 그들의 마음이 지옥이고, 잔인한 행동을 이끄는 생각들이 지옥이고, 그런 상황을 만들게 된 이유가 바로 지옥이다. 그런 그들이 지옥 자체고, 그걸 바라보아야 하는 지금 여기가 지옥이다. 그 지옥속에서 사랑하던 부모의 손에 맞아 죽던 아가들의 명복을 빌고 또 빈다. 가엾은 아가들... 하늘에서는 맘 편히 쉬었으면 좋겠어.

# 요즘 우리 아가는 "엄마 힘들어? 내가 도와줄까?"라는 말을 많이 한다. 기특+기특하다. 아직 만 3살도 안된 아기가 남을 그렇게 생각한다는 게 정말이지 감동적이지 않을 수 없다. 모든 아가들은 너무나도 소중하고 반짝거리지. 이런 아가들이 모두 행복한 세상이 만들어져야 할텐데 아동 사건사고는 나날이 늘어만가네. 그리고  내가 사는 지역에는 대규모 소각장이 생긴다고 한다. 안그래도 소각장이 있었는데 거기에 더 추가로 1700톤이 넘는 서울의 모든 쓰레기가 이 동네로 온다는 말. 시도때도 없이 소각할텐데, 기후 안전 둘째치고 당장 내 눈앞의 건강부터 신경써야하는 상황이 온거다. 어찌해야할지 모르겠다. 안전하지 않는 땅, 안전하지 않은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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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Diary2022. 5. 19. 10:42

홍작가님 작품은 인스타로만 봤고 실제로는 처음 봤다. 계속 실물이 보고 싶었는데 어제 드디어 작품들을 보았고, 한번의 눈길에도 계속 빨려들어가는 듯한 경험을 했다. 작품들의 색감은 엄청 다채롭고, 재질도 정말 다양해서 자유분방하면서도 볼거리가 많았다. 발길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최근 내 스스로를 자책하는 일들이 많았는데 내 마음을 위로해주는 느낌이었다. 작가님도 사람을 성장시키는 그런 작업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고 말하시면서 오히려 흙을 만지는 행위를 통해 위로를 받으셨다한다. 언제나 진심은 통하는 법인가... 작품들을 보면서 복잡했던 생각들이 좀 정리가 된 것 같아 기분이 좀 나아졌다. 어떤 생각만 하면 가슴 안에 스모그가 꽉 차서 뿌옇고 답답하고 앞도 안보이는 그런 느낌이었는데, 그 스모그가 조금씩 옅어지는 그런 느낌이었달까. 작품의 힘이란 바로 이런 것일까. 나는 좋은 작품을 꾸준히 만들어내는 작가님들을 언제나 깊이 깊이 응원하고 싶다. 그 에너지가 나에게도 전달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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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Diary2022. 5. 15. 22:35

오늘은 밤 산책을 나갔다. 그러다 하늘을 보는데 너무 크고 예쁜 달이 떠 있었다. 내 고등학교 동창이 죽은지 2주가 넘었다. 생각해보니 며칠을 까먹고 살 때도 있었다. 그러다 가끔 설겆이 하다가, 아기 기저귀를 갈다가, 길을 걷다가 생각이 나는 것이다. 내가 죽으면 내 친구들도 어느날엔 완전히 까먹고 있다가 아주 가끔 날 떠올려주려나... 요즘은 그냥 이런것들이 궁금해진다.

강화길 소설 <화이트 호스>를 읽으면서 결국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을, 모르기때문에 증오하면서도 그렇기때문에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이야기에 어렴풋이 나를 대입해본다. 내 마음같지 않은 관계들의 마지막은 항상 ‘말’이 문제고, 결국 내 마음을 왜 그렇게밖에 전달하지 못했는가에 대한 생각때문에 자괴감에 빠진다.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지쳐가고, 관계에서 시작된 깊은 우울감의 나락으로 깊이를 알 수 없게 빠져버리는 느낌. 실체도 없고 이유도 모르겠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오는 무기력함. 자책도 그만하고 싶고, 후회도 그만하고 싶고, 관계에 대한 생각도 그만하고 싶다.

고작 80년 정도 살다 가는 짧은 인생. 더 얼마나 행복하자고 훌훌 털지 못하고 이러는지. 결국 죽음 앞에서 주변인들에게 좋은 기억을 남기고 싶다는 욕심때문인가? 무엇이 나를 이렇게 괴롭히고 있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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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Diary2022. 4. 25. 02:53

# 전시 하나만 보고 달려온 긴 긴 시간들이 지나고... 별탈없이 전시를 마무리한지 벌써 한달 가까이 되어간다. 전시를 준비하는 동안 해야할 일들을 리스트업 해놨으나 왜인지 모르게 그 리스트들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그냥 마음속으로 다 미뤄둔 듯) 그저 내 앞에 닥치는 일들만 하나 둘 씩 처리해내고 있다. 그리고 그 미룸의 사이 사이에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뜨개’라는 “좋은” 취미가 떡 하니 자리를 잡았다. 뜨개를 할때만 비로소 생각이 비워진달까.(거의 명상 수준이다) 허리도 아프고 손가락도 아프면서 왜 놓지 못하고 계속 하고 있는건지 나조차도 잘 모르겠는데... 그냥 마음이 허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자꾸만 곱씹을 일들이 생각나서 더 이상 생각하지 않으려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 전시가 끝나자마자 세식구는 코로나에 걸렸고, 2주 가정보육 후 아기를 어린이집에 보내며 그제서야 나도 좀 쉴 수 있었다. 그러나 잔기침은 아직까지도 계속 나오고 있고, 목구멍이 여전히 간질거린다. 조금의 자극에도 굉장히 예민해진 것 같은 느낌. SF 독서모임도 다시 시작했고 습관처럼 도서관에 들락날락거리며 책을 빌려오고 있으나 여전히 뭔가에 집중을 하기가 어려운 상태다. 그래도 너무 좋은건 울 아기랑 오랜시간을 같이 보낼 수 있다는 것! 전시 준비한다고 주말에도 작업실에 나갔기때문에 24시간 붙어있는 시간이 아예 없었는데, 전시가 끝나자마자 아기랑 시간을 보내니 정말 행복하고 기쁘다. 아기는 세상 행복하게 웃고 내가 사랑을 주는 것의 몇배로 나에게 사랑을 되돌려준다. 하늘에서 내려준 천사같고, 요정같고, 내 보물이고, 내 전부가 됐다. 이런 존재가 생기다니... 이렇게 이쁜 아기가 내 딸이라니하며 하루에도 몇번씩 감격스러워 하는 중이다.

# 아기 덕분에 이렇게 행복한 날들임에도 과거에 벌어진 불편했던 순간들과 해소되지 않는 감정들때문에 종종 불면에 시달린다. 떠올려봐야 무슨 소용 있겠냐마는. 그때의 그 감정들은 전혀 해소되지 않고 있는데, 무작정 참거나, 이해하려하거나, 안좋은 상상을 하는 것 따위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다. 차라리 불편한 감정을 버릴 수 있는 오물통 하나 있다고 생각하면 편해질까. 다 쏟아버리고 싶다.
어릴 적 나를 뒤돌아 생각하면 왜 좀 더 깊이 생각하고 말하지 않았을까, 오해가 만들어질 것 같으면 입을 다무는게 낫지 않았을까, 조금만 더 참고 신중했다면 어땠을까, 좀 더 살가웠다면, 좀 더 책을 많이 읽었더라면... 등등의 후회들이 스쳐간다. 그랬다면 달라졌을까, 아님 달라지는 것 없이 또 다른 상처들이 생겼을까. 왜 나는, ‘젊을 때 그런 사람 몇이나 있어~ 다들 실수하고 상처 주고받으며 사는거지. 나이들어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면 되는거야.’라고 나에게 이야기하지 못할까. 이유는, 그때처럼 비슷한 상황이 닥쳤을 때 (누군가가 나에게 상처를 줬을 때) 나조차도 쿨하게 넘기지 못하기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드는 생각은 지금 내가 해야하는 건 미워하기를 최대한 유예 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오물통을 더 큰 것으로 바꾸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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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Diary2022. 2. 3. 10:50

살다보니 내가 마흔이 됐다. 참 멀어보였던 숫자 40. 사실 10년 전, 20년 전에도 내 마음가짐이나 열정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 같다. 이렇게 나이가 들고 있구나 싶으면서도 정말 세월이 야속하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요즘이다.

아기를 키우다보니 살아가며 정말 중요한게 무엇인지 계속 생각하게 된다. 주변에 똑똑하고 좋은 직업을 가지고 멋진 일을 한다해도 정서가 불안정한 사람들을 만나면 더욱 더 그렇다. 정서가 안정되지 않은 이들은 항상 주변에 피해를 주면서 자신은 피해자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아 오래 관계를 유지하기가 어렵다.
어릴적부터 나에게 세상의 모든 일이 다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 다는 것과 내가 선택한 것에 대해서는 내가 오롯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과 노동의 어려움과 가난을 견뎌내는 힘을 알려준 나의 부모님께 감사드린다.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데에 있어 마음의 단단한 근육이 조금씩 자라난 건 모든게 다 부모님 덕분이라 생각한다. 내가 원하는 것을 절대로 쉽게 해주시지 않으셨고, 집념과 성실함 그 두가지가 얼마나 삶을 살아가는데에 중요한 덕목인지를 알게해주신 것 같다. 나이 마흔에 그걸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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