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에 해당되는 글 270건

  1. 2022.01.18 드디어 사진 촬영!
  2. 2021.12.21 척추 위생을 지키자
  3. 2021.12.08 나의 몫, 너의 몫
  4. 2021.11.10 전시하는 꿈
  5. 2021.11.09 힘들었던 날. 아기와 함께 작업실.
Diary2022. 1. 18. 23:49

# 허리 디스크가 찢어진 이후로 거동이 불편해 괴롭던 과거의 나는 이제 없어졌다. 조금씩 조금씩 나아지더니 요즘은 일상생활이 가능해졌다. 뛰기도 하고! 그러나 아직도 앉아있으면 허리와 꼬리뼈 통증이 있고, 앞으로 구부리는 건 무리가 되서 최대한 허리에 무리없이 생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책벌레인 울 아기가 하루에도 수십번씩 시간만 나면 책을 들고와 읽어달라고 하기 때문에 바닥에 앉아있는게 너무 곤욕이라 누워서 읽어주는 일상이긴 하다.ㅎㅎㅎ)
우여곡절끝에 사진 촬영날이 다가왔고, 작가분이 출장을 오셨는데 협소한 공간인지라 애를 많이 써 주셨다. 사진 촬영도 허리땜에 못하면 어떡하나 하고 전전긍긍 걱정하고 있었지만 하게되어 다행이었다. 19컷을 찍어주셨고, 또 미완성으로 못찍은 나머지 4점과 페인팅 3점, 드로잉 3점은 한달 안에 내가 다 찍어야 한다.

# 아기를 돌보며 전시를 준비하는게 너무 힘들어서 그냥 1년간을 로봇처럼 살아온 내가 떠올랐다. 일상이 잔잔해야만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그 일상의 잔잔함과 단순함을 위해서 내가 애써온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쳤다. 내 그림들은 빠르게 그려낼 수도 없고 쉬운 그림들도 아니라서 한 작품을 몇달씩 붙들고서 계속 지우고 채우고 지우고 채우며 수 많은 고민들이 쌓인 결과물이었다. ‘이제는 완성이구나!’ 했던 작품들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니 ‘열심히 작업했어~ 토닥토닥 잘했다~!’ 라는 말을 건네고 싶다.

# 내 메모장에는 오늘의 꿈, 요상한 꿈, 이상한 꿈, 잔인한 꿈 같은 제목으로 꿈이 엄청 길게 적혀있다. 꿈을 너무 많이 꿔서 아침에 눈뜨자마자 적는 패턴이다. 엊그제도 어제도 꾼 꿈이 지금도 생각이 나는 건 내가 디테일하게 적어둔 그 글들 때문이다. (글을 읽으면 이미지가 다 떠오르는데 글이 없으면 너무 금방 까먹는다.) 전시를 오픈하면 아마도 꿈을 꾸는 횟수가 좀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아무래도 스트레스와 불안도가 올라가면 갈수록 내 꿈은 더 더 복잡하고 이상하게 변해가는 것 같다.
메모장 새글에 ‘전시가 끝나면 하고싶은 일’이라는 제목으로 몇글자 끄적여봤는데 내가 원하는 것들은 참 하찮기도 하고 단순하기도 해서 웃음이 났다. 난 좋아하는 책을 읽고 사색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면 그것만으로도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인간인 것 같다. 아기를 키우면서 그렇게 변해갔는지도 모르겠고.

#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이 전시가 끝나면 다음에 뭘 할지 구상했다.ㅋㅋㅋ 다음번에는 완전 다른 스케일과 다른 스타일과 다른 형상들을 그려야지! 넘 재밌겠다! 일단은 한달 뒤 개인전 오픈을 잘 해야한다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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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Diary2021. 12. 21. 14:52

내 인생에서 여러모로 힘든 시기가 있었지만 한번은 목디스크가 탈출 직전이어서 넘 힘들었던 시기 (2018년도)였고, 두번째는 허리 디스크가 찢어진 지금이라는 생각이 든다. 20-30대에 너무 불필요한 에너지들을 많이 소모하며 살아서인가? 그저 기초체력 하나 믿고 자주 야작하고, 하루 평균 10시간 이상 구부정한 자세로 그림을 그렸던 나. 내 자신을 너무 돌보지 않고 그저 하루하루 열심히 살았던터라 40을 코앞에 두고 몸이 이렇게 되었나 싶은 것이다.

사실 타투를 배우고 시작하면서 일자목이 역C자가 되었고, 등받침이 없는 의자에 앉아 4-5시간이고 주구장창 눈알 빠지게 작업하다보면 등, 허리, 팔, 어깨, 목 다 안 아픈 곳이 없었다. 내 개인 작업을 할때보다 훨씬 더 강도가 세게 아팠던 것 같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와중에 전시 준비도 계속 했고, 아기도 낳고, 육아도 했다. 아주 정신없는 시간들을 보냈다. 아기가 안아달라고 하면 계속 안아줬고, 목이나 어깨가 부서질 것 같아도 15개월간 모유 수유한다고 낑낑댔다. 이제는 두돌이 다 되어가는데 유모차를 안타고 안아달라고 해서 사이드 힙시트까지 구매해 12킬로 아가를 등원 + 하원할 때 안고 다녔다. 내 몸은 그렇게 서서히 무너지다가 결국 허리 디스크는 찢어졌고, 엉치뼈 통증에서 엉덩이 아래 허벅지까지 통증이 내려와 걷지 못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아기 기저귀를 갈아야하는데 허리가 구부러지지 않았고, 기어다니면서 화장실을 다녔다. 발바닥을 땅에 딛으면 아파서 일상생활이 무너지던 그때, 큰 병원으로 갔고 뼈주사 6대를 맞았다. 통증은 순간적으로 완화되어 다시 걷고 앉는데에는 크게 불편하지 않아졌다. 그치만 통증만 완화이고 상처는 그대로 있는거라서 꾸준히 재활을 해야한다고 했다.

나는 지금 코르셋 복대를 차고 걸어다닌다. 얼마전 오픈한 전시장에는 한번도 방문하지 못했고, 작업실도 못가고 침대에 누워있다. 작업실에 가서 서서 그림을 조금 그리고 오면 그 다음날에는 다시 엉덩이쪽으로 통증이 내려오는게 느껴졌다. 난 지금 개인전이 두달 정도밖에 남지 않았는데, 이렇게 거동도 어려우니 어떻게해야하나 싶다. 한달 뒤에는 촬영을 해야하는데 말이다. 걱정만 하고 있으면 아무것도 되는게 없으니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한다. 디스크가 탈출되지 않은게 어디야 라며. 몸이 이렇게 예민하게 반응해줘서 더 마니 안좋아지지 않은게 어디야 라며.

주변에서는 다 휴식을 해야한다고 하는데, 나는 아기 엄마고 아기를 케어해야한다. 밥도 줘야하고, 옷도 입히고, 씻기고, 놀아주어야 한다. 영하의 날씨였던 며칠 전 아침, 아기가 안아달라고 했는데 계속 못 안는다고 하니 20분을 울었다. 그 추운 날... 아기 얼굴은 콧물 눈물 범벅이 되어 결국 나는 못버티고 다시 아기를 안아주었다. 근데 최근에는 아기가 내가 아픈걸 아는지 안아달라고 떼쓰지 않는다. 유모차 태우려고 하면 발버둥치던 아기가 요즘 얌전히 잘 앉는다. 이제 곧 두살이 되는 내 아기. 아기를 위해서 허리 재활 잘 하고, 빨리 낳아서 맘껏 우리 아기 안아줄 날이 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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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Diary2021. 12. 8. 02:51

# 어떤 관계든 선한 의지를 가지고 행동을 하면 결국 나쁘게는 꼬이지 않는다고 믿으며 살아왔다. 그러나 나라는 사람을 미워하려 마음먹은 사람에게는 그 믿음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너무 늦게 안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선한 의지로 인해 미움도 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해왔는데, 그도 그럴것이 그 '미움'이란 대체 뭘까?, 미움의 밑바닥에는 뭐가 있을까?, 그것을 정의 내릴 수 있는 실체라는 건 엉킨 실타래 같은것이 아닐까 자주 생각했기 때문이다. 풀기 어려워도 애쓰면 결국 풀어지는 그런 것 말이다. 그러나 그 미움이라는 감정은 내 것이 아니고 그들의 것이니 손을 놓아야겠다, 생각을 접어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론 씁쓸하다. 그리고 그 마인드컨트롤이 성격상 잘 되지 않는것도 문제다.

# 어릴적에는 내 스스로도 완벽하지 못하면서 단점이 많은 친구들이 불편하고 싫었다. 내가 포용할 수 없는 부분의 단점일 경우엔 참고 참다가 의절을 하기도 했는데, 시간이 지나 나이를 먹어가며 드는 생각은, 차라리 그렇게 단점을 겉으로 드러내는 사람이 그나마 인간적이고 낫다는 것이다. 빨리 거리를 두어 상처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데 쿨한 척, 아무렇지 않은 척, 좋은 사람인 척, 다 맞춰주는 척 하며 속으로는 전혀 그렇지 않은 사람들, 오랜 시간이 흘러서야 그런 사람들이 더욱 악질인 경우를 많이 봤다. 상대방에게 난 이게 좋고, 이게 싫다는 의견도 일절 내색하지 않으면서, 타인이 계속 자신이 싫어하는 행동을 반복하게 만들어서 자신의 미움을 정당화 하려는 사람. 상대에게 그 어떤 관계 회복의 기회조차 주지 않으면서 자신만의 분노를 쌓아가다가 결국에는 모든 잘못을 상대에게 투사하고 개스라이팅하는 부류. 자신의 단점은 최대한 꼭 꼭 감추면서 속으로는 비난, 멸시, 차별, 무시... 그렇게 포장을 해봤자 결국 그런 사람은 그런 사람일 뿐이고, 결국에는 다 드러나기 마련인 것 같다. 그러나 겉으로는 너무 나이쓰하기 때문에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을 알아차리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이제는 내 몫을 책임져주지 않을 사람들의 말은 귀담아두지 말고,

나를 알아봐주고 이해해주는 진짜 사람들과 행복하게 잘 살고싶고, 그것이 바로 내년의 목표다. 사는거 별거 있나. 그저 내가 잘 하는 것을 열심히 하면서 하루 하루 소소한 행복들을 쌓아가면 되는 것. 내 친구, 내 가족들, 내 동료들과 함께 좋은 시간들을 많이 만들어가면 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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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Diary2021. 11. 10. 16:03

2022년 다이어리를 샀고, 3월 초 개인전은 2월 말로 앞당겨졌다. 고작 일주일 앞당겨졌는데 뭔가 3월에서 2월로 오픈이 바뀌었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급 초조. 다이어리에 디데이를 거꾸로 적어가며 계산해보니 정말 얼마 남지 않아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만 같았다. 나 이래도 괜찮은걸까. 겨울의 시간은 더 빠르게 지나갈텐데. 뭔가 마음이 너무 초조해져서 될일도 안될 것만 같은 그런 하루하루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전시가 가까워지면 항상 전시하는 꿈을 꾼다. 3일 전에는 갤러리에서 디피하는 꿈을 꿨다. 작품이 무지 많아서 고르느라 좀 힘겨웠던 느낌으로 잠에서 깼다. (현실은 그 반대...) 2일 전에도 작품 관련 꿈을 꿨지만, 오늘의 꿈이 대박이었다. 내가 깨달아야 했던 뭔가를 꿈에서나마 보여준 것만 같았다. 꿈속에서 나는 엄청 많은것을 보여주어야 하는 쇼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나가기 직전에 구상을 바꿔서 아예 그 퍼레이드를 완성 시키지 못했다. (하필 꿈에서는 작품 대신 뽀로로 스티커가 나왔다. 뭐냐;;;) 옆에는 조큐레이터님이 나의 지지부진한 행동을 계속 지켜보고만 계셨다. 나도 너무 미칠 것 같았는데 꿈에서는 손이 느려져서 더 답답했다. 내 퍼레이드는 완전히 망쳤는데 내 바로 뒤에 있던 다른 작가는 선택과 집중을 엄청 잘 해서 영상 두개로 빠방! 하면서 완전히 좌중을 압도했다. 나는 스티커를 붙였다 떼었다 하면서 허송세월을 다 버렸는데 말이다. 눈을 뜨니 내 침대가 아닌 아기의 침대에 누워있었다. 아차, 새벽에 아기가 깨서 계속 엄마를 부르며 울어서 다시 안아 재우고는 그 옆에서 쓰러져 잠이든 것이었다. 그런데 눈을 뜨자마자 '선택과 집중'을 잘 해야한다는 생각에 번뜩 정신을 차려야겠다고 다짐. 아기를 정신없이 원에 보내고, 화방에 들렀다가 다시 작업실에 왔다. 이 꿈이 내게 말해준건 엄청난 것이었다. 정말로 지금의 나는 선택과 집중을 잘 해야 후회가 없을것이다. 시간은 부족하고, 욕심은 많고... 걱정이 태산이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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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Diary2021. 11. 9. 09:31

이제 갓 22개월이 된 나의 아기와 함께.

이 날은 아기를 봐줄 사람이 없어 아기를 안고 버스를 타고 작업실에 왔다. 평일엔 어린이 집에서 아기를 봐주는 동안 그림을 그리지만 주말에는 변수가 많다. 지금까지 양가 조부모님들의 손을 빌리지 못해 더 더욱이 그랬다. 마음이 급했던 나는 그림 그릴 캔버스의 대각선 뒤쪽 소파에 아기를 앉히고, 유리 테이블 위에 영상을 틀어놔줬다.(어쩔 수 없었다) 그러고 나는 그림 그리느라 정신 없어서 캔버스만 보고 있었는데, 순간 콰당! 소리가 나서 뒤돌아보니 아기가 완전히 대자로 뻗어 바닥에 널부러져서 자지러지게 울고있었다... 너무 놀라 아기를 덜렁 들어올리고 보니 아기의 입이랑 턱에 피가... 어디에서 피가 나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입 바깥과 안쪽 둘다 상처가 난 것 같았다. 아마도 소파에 서 있다가 미끄러져서 유리 테이블에 박으며 넘어진 듯 했다. 아기 얼굴에 피를 닦고 있으니 내가 뭔짓을 한건가 싶어 작업실에 간지 한시간 반만에 다시 아기를 안고 버스를 타고 집에 왔다. 집에 와서 아기 몸을 구석 구석 보다보니 입가에 붓기가 가라앉으면서 상처가 보였는데 딱 유리 모서리 자국이었고, 갈비뼈 쪽에도 주욱 그어진 상처 하나가 보였다. 옷이 두꺼워 상처가 나지 않았을거라 생각했는데 그 상처를 보니까 좀 세게 부딪히긴 했구나, 정말 천만 다행이구나 싶었다. 아무튼 나는 너무 속상했는데 애기는 아무렇지 않은 듯 웃으며 잘 놀았다. 마음이 무지 힘들었다. 마포문화재단 공연을 마치고 돌아온 남편은 위경련으로 쓰러졌고, 난 누워서 모기를 13마리째 잡았다. (어디서 이렇게 모기가 나오는거냐.....ㅠㅠ) 그래도 더 크게 다치지 않은 것을 다행이라 생각하며, 내일은 오늘보다 나은 하루, 아프지 않은 하루가 되기를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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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