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ks2024. 5. 16. 10:59

9월에 있을 전시를 위해 작가님들과 기획자님과 정암사에서 만나서 국보 <수마노탑>에 올랐다. 정선은 처음이었는데, 정암사도 너무 멋지고 그곳에 계신 스님분들도 엄청난 포스가 느껴졌다. 4회째를 맞은 문화예술 기획전시를 준비하고 계셨는데, 현대미술에 대한 관심이 대단하신 것 같았다. 뭔가 멋짐이 뿜뿜.^^

정암사는 우리 나라에 있는 5개의 적멸보궁 중 하나로 석가모니의 진신사리를 봉안하고 있는 불교 건축물이다. 석가모니의 진짜 몸에서 나온 사리가 있기 때문에 불상을 봉안하지 않은 특징이 있다. 이곳 단청이 매우 아름다웠는데...이 곳 단청을 보면서 12년 전에 갔던 네팔 룸비니의 한국절이 생각났다. 그곳이 도네이션으로만 운영되었기에 그 당시에는 단청을 그릴 예산이 없다고 아쉬워하셨는데, 목조도 아닌 콘크리트 절이 덩그러니 있으니 마음이 좀 그랬다. 그래도 전 세계 룸비니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모두 한국절에 왔었는데 그건 스테이를 할 수 있고 밥이 맛있었기 때문.^^ 김치가 너무 그리웠었는데 한국절에는 김치만 무려 3종류나 되었다. 매일 매일 밥을 맛있게 먹으면서 일주일간 그곳에서 먹고 자고 했었다. 지금은 단청이 그려진 것 같더라...그걸 꼭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싶은데, 다시 네팔 룸비니에 갈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어 너무 그리웠네. 그곳을 떠날때는 스님께서 한국 누룽지를 손에 꼭 쥐어주셨다는. 흑흑 덕분에 다른 도시로 이동해서 든든히 아침을 먹었던 기억이 난다. 보고싶은 룸비니, 보고싶은 한국절이다.

정암사에서 나와 다 같이 함백산을 올랐다. 아기가 있어서 차로 올라갈 수 있는 만큼 올라갔다가 정상으로 걸어서 올라갔는데, 아기는 씩씩하게도 정상까지 아주 잘 올라갔다. 대근육 운동 아주 열심히 한날. 이렇게 함백산 정상을 오를 수 있다니 너무 좋고 감격스러웠다. 이런 일이 아니었다면 내가 언제 여기를 와보겠나... 알프스나 히말라야만 올라갔지 국내 산들은 정말 잘 안갔는데, 이 풍경을 바라보며 정말 한국은 아름답다는 걸 다시 느꼈다. 이번 워크샵은 나에게 넘 힐링이었네.

삼탄 아트마인은 폐탄광을 문화 예술공간으로 만든 곳인데, 여기의 하이라이트는 저 높게 올라가있는 수직갱도였다. 기획전시도 하고 있고, 관장님이 여러나라에서 수집한 물건들을 구경하는 것도, 원시 미술관(탄광에 공기를 주입하는 기계들이 그대로 있는) 전시를 보는것도 다 좋았지만 탄광이 그대로 보존되어있는 탄광의 레일과 수직갱도를 안들어가면 이곳은 크게 의미가 없을지도. 처음에 그냥 전시장인가? 하고 지하로 내려갔다가 정말 놀랐다. 너무 무서웠기때문. 무서워서 그곳에서 찍은 사진이 별로 없다. 설치 작품들도 있고, 조각이나 부조 작품도 있지만 그것들 조차도 음산한 기운에 잠식된 것 같이 느껴졌다. 그곳에서 돌아가신 분들이 많기도 하고, 아직도 석탄 냄새가 엄청나게 진동하는 장소였다. 

Posted by goun
Works2024. 5. 10. 23:20

전시는 벌써 며칠밖에 남지 않았다. 5월 18일까지! :)

열심히 작품 설명을 해주고 계시는 기획자 아름쌤. 아름다우십니당...ㅎㅎㅎ

해맑으신 성미 선생님...하핫

곧 에세이가 출간되는 윤영샘과 심리학 책을 꾸준히 내고 계시는 성미샘과 스스로 기록노동자라고 말씀하시는 희정샘. 얼마 전 출간 북토크 다녀왔는데, 또 다른 책까지 선물로 주셨다. 다들 너무 감사합니다... 6년간의 독서모임에서 저는 그다지 열심회원이 아니지만 그래도 전시때마다 오셔서 응원해주시고 다음 작품 기대한다고 말씀해주신다. 정말 감사드려요.

 

Posted by goun
Works2024. 4. 18. 11:37

기간 : 2024. 4. 12 Fri ~ 5. 18 Sat

공간: 플랫폼 에이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래로5길 37-13)

유구한 세월 속에서 인간의 이성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기묘한 현상과 불가사의한 힘, 막연한 불안과 두려 움, 경외의 대상은 천상의 신(神)이나 서수(瑞獸), 귀물, 정령 등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 삶과 동고동락해왔습니다. 이번 <요괴사회>展에서는 김민주, 서고운, 류제윤, 오제어전, 우자이, 유혜경, 이피, 임현정, 정민기, 하명구 총 10명의 참여작가들의 작품 속에서 인간의 상식적인 세계와 초자연적 미지의 세계 사이에서 흥미로운 사연을 들려주는 다양한 존재들을 ‘요괴’라 통칭하여 소개합니다. 여기에서는 옛 기록이나 구전으로만 남겨진 채 그 존재가 잊혀졌던 요괴들을 재해석하거나, 저마다의 삶 가운데 설명할 수 없는 사건이나 개인적 욕망의 이면, 혹은 운명의 변덕 등을 작가적 상상력으로 새롭게 만든 요괴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기획 : 이지영, 최아름, 김현경 @jyleeplatforma @sisterhood_seoul @hello_monstersociety
참여작가 : 김민주 @minjoo_gram 류제윤 @ryu_je_works 서고운 @gouns. 오제어전 @ozze.am 유혜경 @yu_hae_kyung 우자이 @woojai 이피 @torches4dayz_fi 임현정 @hyunjeonglim 정민기 @meankey 하명구 @ha_myounggoo

아기 하원을 남편에게 맡기고 오랜만에 전시 오프닝장으로 출발! (병원에 들렀다가 가느라 늦어서 택시까지 탔다.ㅋㅋㅋ) 오프닝 파티에 참석하는게 작년 갤러리 박영 전시 이후로 너무 오랜만인 것 같아 기분이 묘했다.^^ 이번 전시는 2007년에 KIAF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알게되었던 최아름 선생님과의 인연에서 시작되었다. 2007년이라니... 지금으로부터 17년 전이다!!! 그때 나는 대학원생이었는데, 아름샘은 KIAF 신진작가 포트폴리오 프로그램을 진행하셨더랬다. 그때 나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쪼무래기였는데... 그때 이후로 간간히 전시 소식을 들으시고는 내 전시에 와주시곤 했다. 그 긴 세월동안 나도, 선생님도 다 아기를 낳아 키우고, 또 작업도, 일도, 손에서 놓지 않으려 고군분투한 시간이었을거라 생각한다. 작가님들 작품 모두 다 재밌고 좋아서 밤 10시까지 수다떨며 작업 이야기도 나누고, 정말 좋은 시간을 보냈다. 이런 기회로 좋은 전시에 참여하게 되어 넘 감사하고 뿌듯했다.^^

Posted by goun
Works2024. 4. 18. 11:09

2024. 4. 12. Fri ~ 5. 18. Sat
플랫폼에이 (서울시 서초구 서래로5길 37-13)

Posted by goun
Diary2024. 2. 15. 12:52

# 새해가 밝았지만 게으름에 늘어져 하루하루 시간을 축내는 느낌으로 살고 있다. 겨울은 정말 내게 힘든 계절이지만 그래도 전시 미팅도 하고, 책도 읽고, 나름 미래 계획도 세우긴 했지. 그런데도 붓을 들지 않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붓을 든다는 것이 나에게 얼마나 큰 의미인지? 하루하루가 무료하고 무의미하게 느껴진다는 것이 새삼 놀랍다. 나에게 이런 시간도 필요하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시간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잡생각만 늘게 되는 것이다. 그래도 그간 못만났던 친구들도 만나고 안부도 묻고 그렇게 주변을 돌보며 지냈다. 그러나 머릿속은 엄청 복잡했다. 작년에 겨우 낸 두개의 공모는 다 떨어져버렸고, 언제까지 공모를 내고 앉아있어야 하는가에 대해, 그리고 다른이들이 버는 한달 수입 정도도 못미치는 벌이가 나의 연봉이라는 것과 한달 벌이 조차 못벌때도 많다는 사실에 대해. 예전같으면 끔찍이도 덜덜거렸을 내가, 아이를 돌보며 무엇에 홀린듯이 -그 무엇이 행복이라 말해도될런지-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 형부가 세상을 떠난 후, 언니는 매일 매일 형부 생각이 난다고 했다. 요즘 보는 드라마 내남결에 남주가 너무 멋져서 수다를 떨다가도 언니는 '어깨' 이야기가 나오자 형부 얘기를 하며 웃는다. 형부가 사라진 이 세상에서 평범하고 평범한 이 도시의 삶은 그저 흘러가고, 하늘이 무너지는 일을 겪어도 그저 세상은 멈추는 일 없이 굴러간다. 고통의 얼굴을 한 언니를 보면서도 우리 가족은 이기적이게도 최대한 빨리 언니가 현실로 돌아오길 바랐는데, 그 바람을 언니도 알았는지 정신없이 현실을 살아냈고, 그 와중에 깊었던 상처를 제대로 치료하지 못해 이렇게 긴 시간이 흘러서야 자신의 상처를 직면했다. 그래도 언니에게는 언니만을 바라보는 아이가 있고, 가끔 언니를 걱정하며 와주는 친구들이 있고, 현실을 살아낼 힘이 있었던 것 같다.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거기에는 내가 있었나? 내가 무슨 도움이 되었을까? 가끔은 나만 생각하며 사는 내가 진절머리날때가 있다. 각자도생이 익숙한 우리 가족은 그저 각자 자기만의 슬픔을 안고 나아가며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는건 아닐까? 그렇게 힘들고 아픈 와중에 한부모 청약을 내고, 새 집으로 이사를 하고, 소소한 즐거움을 찾아가고 있는 나의 언니를 진심으로 존경한다. 내면을 단단하게 하며 자신의 마음을 잘 가꾸고 살아가는 것이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걸 나이들며 새삼 느낀다. 무탈하게 늙어가는 것, 그리고 인생에서 무엇이 중요한지를 잘 아는 것. 그것이야말로 잘 사는 것이겠지?

# 나의 아버지가 삶을 살아내는 방식은 고행으로 시작해 고행에서 끝난다. 시골에서 그 수만점의 돌들을 끌어안고서, 물질을 경계하면서, 가난하고 외롭고 고통스럽게. 무엇을 위해 그러시냐 묻는다면 그게 그냥 나의 아버지인 것이다. 스님이나 순례자같은 삶을 지향하시는걸까, 나의 아버지는 왜 그런 삶을 선택하셨을까? 아버지를 닮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나는 어쩔 수 없이 내 아버지의 딸인 것이다. 콩콩 팥팥. 그리고 나는 이제야 조금은 달라져야 겠다고 생각한다. 잘 될는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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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