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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첫날.

goun 2021. 4. 1. 14:55

오늘은 아침부터 대학교 2학년 학생들과 함께하는 비대면 특강을 했다. 줌으로 수업을 처음 해보는 것이어서 조금 떨렸는데 하다 보니 재미가 있었다. 학생들이 질문도 곧 잘 해주었고. 내 작업들도 다시 한번 쫙 돌아보는 계기가 되니 참으로 좋았다. 

어젠 몇달간 고민하며 칠해뒀던 배경을 싹 다 덮어버렸고, 오늘은 기존에 하던 것을 다시 가져와 칠해본다. 나는 원래 스케치를 잘 안 하는 편이라 처음에 들어갈 때는 휙 휙 붓터치가 재미있다. 에스키스는 50프로 정도만 그려두고 캔버스에 옮기면서 컬러와 구상이 계속 바뀐다. 매번 나는 그리고 지우고 덮고 또 그리고 하면서 내 사고와 그림에 틈과 균열을 조금씩 만들어내는데, 그 과정 때문에 결과적으로 우연과 즉흥의 요소들이 많이 생긴다. 나는 그걸 매번 기대하며 작업하는 것 같다.

처음부터 끝까지 정해놓고 그리는 그림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답을 알고있는 것처럼 그리는 건 자기기만 같다. 나는 그냥 모르는 건 모르는 상태로 두고, 계속 망하고 다시 칠하며 반복적으로 작업을 이어나가는 것을 즐기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 그림도 언제 다시 덮일지 모르겠네. 그래도 계속한다. 마무리가 되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