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n 2019. 12. 3. 19:43

# 내면적으로 성숙하지 못한것을 성숙한 것 처럼 포장하느라 급급했던 20대를 보내고, 30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내 인상이 변했다는 말을 꽤 듣고있다. 얼마전 우연히 신랑 공연이 끝나서 홍대 빵 앞에 서 있는데, 거진 10년만인가...대학원을 함께 다녔던 동생들을 만났다. 언니 얼굴이 왜 이렇게 달라보이죠?라는 말과 함께. 엄청 평온해 보인다고 했다. 그렇담 예전엔 정말 날카롭고 뾰족하고 시니컬했던 모양인가? 아무렴... 그랬던 모양이다. 예전의 나를 돌이켜보니 그땐 작업이 안되면 그 날은 온통 지옥이었고, 자기비하의 끝을 달렸다. 그러다가도 작업이 잘되면 너무 좋아서 방방 뛰고 에너지가 넘쳤지. 그런 오락가락한 마음으로 살면서 평점심을 찾으려하다보니 안으로는 밸런스가 쫙 쫙 깨졌지만 겉으로는 밸런스가 맞는 척 지냈던 것 같다. 관계도 마찬가지였다. 안으로는 뒤죽박죽인데 겉으로는 관계를 잘 맺고싶다는 욕망이 컸다. 그래서 다 알지만 모른척 넘어가는 것들도 많았다. 

난 그저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이제는 억지로 그렇게 하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참 편하다. 그저 오롯이 나로서 나를 받아들이는 과정이 힘들지 않다. 아가를 품고 있는 지금 내 모습도 좋고, 앞으로 다가올 시간들이 너무 기대된다. 나는 그냥 나를 사랑하며 살 수 있는 지금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