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랩스, 서동진 선생님 토크 이후
생각이 너무 많다. 그래서 요즘엔 일을 그르치기도 하고, 아예 시작을 못하기도 하고 그렇다. 얼마전 서동진 선생님의 컬랩스 전시 토크에서, 알랭바디우 윤리학 이야기가 나왔다. 악을 존재론화 시키는 것을 경계해야한다는 것. 악의 축, 범죄자, 테러리스트에 집중하지 말고, 우리 안의 사회적 구조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 사고들 사이에서 '무엇을 기억해야 하는지'와 '선의 윤리학'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이다. 우리는 재앙의 밀도로 꽉 차있는 21세기를 살고 있다. 그래서 모든 것들이 붕괴와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왜 우리는 파국에 '매료'되는가. 도대체 왜.
난 세미나를 듣다가 문득, 내가 지양해왔던 작업들의 방향들을 떠올리게 되었다. 그것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해서 순간적으로 잊고 있었던건가. 지금 현재의 내 작업이 혹은 내가, 무의식적으로 여러가지 일들에 휩쓸리며 지양했던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건 아닌지. 갑자기 가슴이 답답하고 많이 위태롭다고 느꼈다. 나는 어떤 작가가 될 수 있을까. 그리고 아주 현실적으로도 지금의 나는 인생의 큰 전환점을 겪고 있다. 내가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따라서 너무 큰 것들이 좌지우지 될 수 있는. 그러나 나는 분명 선택할 것이고, 그것을 행동으로 옮길 것이다. 그것은 내 인생에서 어쩌면 엄청난 기회일지도 모른다. 어쨋거나 나는 이미지로 이야기하는 사람이니 결국은 매 순간 상투적인 재현들과 싸워야하는 것이다. 조금만 단순하게 생각해보기로 한다. 나의 불안은 분명 붓을 들고 이전처럼 매달리면 반은 해결될터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