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ks/2013 : Lost Monument2013. 9. 20. 19:53

5월 즈음에 글을 받았었는데 6월 개인전 도록에 싣지 못했었다. 11월 개인전, 그때 꼭 싣겠노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감사하게도 글을 써주신 분께서 내 작업에 대해 더 심도있게 수정 보완 하고 싶다고 먼저 연락을 주셨다. 다시 그의 글을 읽으며, 마음이 전해지는 글의 일부를 오픈해본다.

 

 

****

 

 

"...앞서도 말했듯, 서고운의 작품은 내게는 충분히 흥미로웠다. 그렇다면 비평가로서 그녀의 작품을 인정해주며 찬사를 보내는 쪽으로 글을 마무리해볼까? 그럴 수는 없다. 비평가가 작가에게 호평을 보내는 태도는 언제나 작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락한 우월함의 위치를 전제한다. 즉 위에서 작가를 내려다보면서 호의적인 판단을 베풀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현재로서 내가 그녀를 인정할 수 있는 더욱 인간적인 방법은 차라리 질투의 감정을 드러내는 것 같다. 비슷한 또래인 우리는 오늘날 이 사회에서 미대 출신의 젊은이가 자신의 전공을 계속해나가는 것이 녹녹치 않다는 사실을 매일같이 겪으며 산다. 나는 모니터 화면에 그녀의 그림 파일을 띄워놓고서 멍하게 바라보며 시간을 보낸다. 나의 눈은 자연스레 그림에 쏟아 부은 그녀의 열정과 노력을 발견했고, 그녀가 자기의 세계를 애써 지켜나가고 있음을 확인했다. 흥미롭다는 말이 너무나 흔하게 사용되지만 진실로 흥미로운 작품을 만나기 어려운 것처럼, 젊은 작가에게 당연히 있을 거라 간주되는 열정, 노력, 자기만의 세계 따위의 흔한 표현 역시 그러하다. 나는 그녀가 작가지망생이 아니라 이미 어엿한 작가가 되어있다는 사실을, 작가 양력이라는 텍스트를 통해서가 아니라 그녀의 그림 자체에서 느낀다. 앞으로 얼마나 더 좋은 작가가 될지 모르겠지만, 그녀는 이미 작가였다. 이력을 통해서가 아니라 글 자체를 통해서 내가 미술비평가임을 증명할 수 있을지조차 확신할 수 없는 나는 그녀를 부러워한다. 이 처지에 서고운의 그림을 두고 권위 있는 비평가의 위치를 자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저 흥미로운 작품에 대하여 제법 특권적인 위치에서 글을 쓸 수 있어서 즐거웠다는 소감을 밝힌다."

 

홍익대 강사 신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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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Works/2013 : Lost Monument2013. 9. 16. 23:20

 

 

이제 곧 뉴욕으로 돌아가야 하는 친구와 오랫만에 만나 작업이야기만!!! 했다. 그가 생활하는 장소와 내가 생활하는 장소가 달라서, 경험도 천차만별이었다. 우리는 서로에게 영향을 준 현대작가들을 구글에서 찾으며 끊임없이 작품들을 보여줬고, 서로의 고민을 털어놓았다. 대화를 하면서 느낀 것은 이런 대화는 절대적으로 작업을 하는 사람과만 나눌 수 있겠구나 하는 것이었다. 아주 미묘한 차이까지, 아주 정확하게 공감하고 있었다. 그는 이제 곧 뉴욕으로 가서 레지던시를 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올 터였다. 많이 불안한 상태였지만 그런 불안은 꽤 부러워 보이기도 했고, 또 작업이야기를 할때만큼은 눈이 초롱초롱했다. 그의 아는 친구가 제프 쿤스의 어시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땅값이 어마어마하게 비싼 첼시의 4층 건물이 통째로 쿤스의 작업실이라 했다. 물감만 "섞는" 어시가 3명이라는 말에 정말 놀랐고, 그 중 2명이 오케이를 해야 그 색을 사용할 수있다고도 했다. 그리고 쿤스가 콜렉터들과의 파티에서 억대의 돈을 지출한다는 이야기도 매우 쇼킹한 것이었다. 나는 아주 작은 한국이라는 나라, 그것도 남한 땅에서 자라 한국을 기반으로 작업을 하고 있다. 내가 경험에 대한 욕망이 컸을 때, 많은 것을 내려놓고 내 선에서 최선이었던 다양한 경험들을 하고 돌아오긴 했지만 내가 결국 내린 결론은 딱 한가지였다. 직접적인 '경험이 많음'이 꼭 작업에 100%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것은 오산일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분명 경험의 유무에 따라 약간은 영향을 주고 받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경험이 온전히 직접적이지는 않다는 것이다.(당연한 소리인가) 그 당시의 나는 정말 많이 지쳐있었다고 그렇게 결론을 지을 수 밖에. 그러나 그때의 선택이 아니었더라면 조금의 변화도 없었을지 모른다. 그래서 나는 그때의 선택에 후회가 없다.

나는 아주 치열했던 20대를 넘어 이제 그때보다 꽤 안정적인 삶을 살고 있다. 월세에 치여 달달거리거나, 식비를 아끼지 않아도 되고, 재료비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매 순간, 나는 정말 작업을 잘- 하고 있는게 맞는지 의문이 든다. 항상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물음표는 언제쯤 사라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 그림의 제목은 World of Nothingness 인데, 아직 20%밖에 하지 못한 과정이다. 이 그림이 어떻게 완성이 될지 나도 궁금해져 잠못 이루는 밤이네. 순간 순간 최선....정말 내 자신에게 최선을 다하자. 그것이 길이고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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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Works/2013 : Lost Monument2013. 9. 13. 10:31

작업노트 <사라진 모뉴먼트 전시를 준비하며>

 

 

 

 

그대들은 다 어둡고 조심스럽다.

인간이여, 누가 그대 심연의 밑바닥을 헤아렸으랴.

오, 바다여 누가 그대의 내밀한 풍요를 알고 있으랴.

그토록 지독하게 그대들은 비밀을 지킨다.

 

 

보들레르 <인간과 바다>

 

 

 

 

내가 작업 앞에서 해야 할 것은 계속 의지를 갖고 지켜야 할 것이 남았는지 생각하고, 어떻게 하면 의지를 상실하지 않을지 고민하는 것이다. 그 고민은 큰 캔버스 앞에 서면 훨씬 더 큰 고백의 의미를 가지게 된다. 작업에의 의지는 엄청난 파괴력을 가지고 있는 연약한 존재이거나 혹은 아주 단단해서 구부러지지 않고 부러져버리는 것일 수도 있다. 나는 꾸준히 내 스스로에게 묻는다. 의지의 힘은 언제 어디에서부터 시작되는가? 그것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사라지는 것들을 붙잡을 수 있는가? 상실된 것들이, 발견과 경탄이, 혹은 곤혹스러움과 나약함이, 괴로움과 고통이 아름다울 수는 없을까?

 

진실한 아름다움은 늘 도처에 존재하고 나는 끊임없이 사물과 세계를 관찰한다. 그러나 파괴와 상실, 불안과 소멸의 위험이 함께 한다. 우리는 그 안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며 자신만의 신전을 만들며 방어하거나 그 신전을 무너뜨리고 스스로 장렬하게 전사한다. 우리는 매 순간 선택의 기로에 서 있고, 극단적으로 이분화 되어있는 세상의 질서의 틈에서 가까스로 벗어나보려 하지만 결국 깨닫는 것은 자신의 나약함과 연약함이다. 우리는 이 어지러운 세상 속에서 무엇을 남기고 무슨 말을 하고 또 무엇이 되기를 바라는가?

 

사라진 모뉴먼트는 사이성의 알레고리 전시에서 잠깐 언급되었던 죽은 기념물들(Dead Monuments)을 연결해주는 모티프이다. 모뉴먼트는 기념비적인 것 혹은 기념물을 의미하지만 소유지나 경계를 표시하기 위해 막대기나 기둥, 돌을 배치하는 의미로도 쓰인다.

분명 존재하고 있으나 쉽게 파괴되고 사라지는 많은 것들을 바라보며 나는 거대한 슬픔과 애도를 감출수가 없다. 그리고 또한 우리는 나약함의 도처에서 부조리와 상실을 받아들인다. 결국 앞서 말했던 그 의지는 이 무수한 모뉴먼트들 -속이 텅 비어버린, 의미가 사라진- 을 부숴뜨리고 경계에서 사라져가는 것들을 구출해야만 한다. 비록 스스로 장렬하게 전사한다해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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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예쁘게 찍어줘서 고마워, 상진. 전시 끝난지 이제 일주일이 지났는데 아주 오래 전의 일 처럼 느껴지는 이유는...ㅠㅠ

Posted by goun

이번 전시때는 사진을 정말 많이 못찍었다. 지금까지의 전시중에서 가장 많은 분들이 와주셨는데도 불구하고 나에게 남은 사진은 몇개 없다. (와주신 분들이 찍어서 보내준거 외에는) 그래도 얘기는 많이 나눈 것 같아서 괜찮다. 사진보다도 내 기억속에 오래 남아 있으니 되었지 뭐. 전시 마지막 주말에는 1년전 인도, 네팔에서 만났던 친구들이 줄줄이 전시를 보러 와주었고, 3년 전 이집트 시와 사막에서 만났던 친구도 왔다. 비슷한 기억을 공유하는 친구들이라서 정말 기쁘고 마냥 행복했다. 여행 직후부터 나는 그림들을 마구 쏟아냈다. 그러면서 켜켜히 묵은 여행독과 때도 벗겨내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여행독때문에 힘들어 하는 친구도 있었다. 작게나마 내 그림과 함께 위안을 얻고 돌아갔기를! :) 몇장 없는 사진을 보며 괜히 뭉클. 와주신 분들에게 다시한번...정말 감사드린다고 말하련다. "사진으로 남기지 못했지만 제 마음속엔 다 있어요."

 

 

이집트 바하리아 사막으로 가는 길에 만난 유나. 사막이 생각나는 이 그림이 특히 좋다며.^^

 

 

 

이집트에서 만나 일주일 넘게 함께 동행했던 재훈이. 곧 인도네시아 여행가이드북이 외국에서 출판된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사볼 수 없지만, 론리플래닛을 앞서는 그런 가이드북이 되길!!! 출판되면 외국사이트에서 구매해야지.ㅎㅎㅎ

 

 

굉장히 오래 갤러리에 머물러준 친구이자 후배인 상진이. 작업하는 동료로서 날 응원해주는 모습이 참 감동이다. 내 작업을 쉽게 규정하지 않고, 많은 기호들에 의문을 그대로 남겨 놓고 오래 보겠다고 하는 친구. 많이 생각하고, 질문을 아끼는 모습이 참 고마웠다.

 

 

갤러리에 엄청 오래 있다 간 나의 고등학교 시절 룸메 뇽과 민애.(뇽이는 카메라 울렁증) 오랫동안 못보다가 봤는데도 우리는 정말 찰떡처럼 대화가 잘되고 편했다. 오래오래 가까이에 있으면서 에너지 콱콱 주면 좋겠다는!

 

 

비장하게!

 

 

 카리스마 있게!

 

 

 

 

코믹하고 신나게!

 

 

 

 

 

내가 사랑하는 남매 러블리 사과반장! 철호오빠와 알로애 은주. 고맙습니다. :)

Posted by go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