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즈음에 글을 받았었는데 6월 개인전 도록에 싣지 못했었다. 11월 개인전, 그때 꼭 싣겠노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감사하게도 글을 써주신 분께서 내 작업에 대해 더 심도있게 수정 보완 하고 싶다고 먼저 연락을 주셨다. 다시 그의 글을 읽으며, 마음이 전해지는 글의 일부를 오픈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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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도 말했듯, 서고운의 작품은 내게는 충분히 흥미로웠다. 그렇다면 비평가로서 그녀의 작품을 인정해주며 찬사를 보내는 쪽으로 글을 마무리해볼까? 그럴 수는 없다. 비평가가 작가에게 호평을 보내는 태도는 언제나 작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락한 우월함의 위치를 전제한다. 즉 위에서 작가를 내려다보면서 호의적인 판단을 베풀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현재로서 내가 그녀를 인정할 수 있는 더욱 인간적인 방법은 차라리 질투의 감정을 드러내는 것 같다. 비슷한 또래인 우리는 오늘날 이 사회에서 미대 출신의 젊은이가 자신의 전공을 계속해나가는 것이 녹녹치 않다는 사실을 매일같이 겪으며 산다. 나는 모니터 화면에 그녀의 그림 파일을 띄워놓고서 멍하게 바라보며 시간을 보낸다. 나의 눈은 자연스레 그림에 쏟아 부은 그녀의 열정과 노력을 발견했고, 그녀가 자기의 세계를 애써 지켜나가고 있음을 확인했다. 흥미롭다는 말이 너무나 흔하게 사용되지만 진실로 흥미로운 작품을 만나기 어려운 것처럼, 젊은 작가에게 당연히 있을 거라 간주되는 열정, 노력, 자기만의 세계 따위의 흔한 표현 역시 그러하다. 나는 그녀가 작가지망생이 아니라 이미 어엿한 작가가 되어있다는 사실을, 작가 양력이라는 텍스트를 통해서가 아니라 그녀의 그림 자체에서 느낀다. 앞으로 얼마나 더 좋은 작가가 될지 모르겠지만, 그녀는 이미 작가였다. 이력을 통해서가 아니라 글 자체를 통해서 내가 미술비평가임을 증명할 수 있을지조차 확신할 수 없는 나는 그녀를 부러워한다. 이 처지에 서고운의 그림을 두고 권위 있는 비평가의 위치를 자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저 흥미로운 작품에 대하여 제법 특권적인 위치에서 글을 쓸 수 있어서 즐거웠다는 소감을 밝힌다."
홍익대 강사 신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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