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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1.10.25 근황
  2. 2021.10.14 엄마라는 이름
Diary2021. 10. 25. 00:09

# 나는 요즘 너무 피곤한 날과 그럭저럭 괜찮은 날이 반복되는 하루하루를 산다. 그마저도 다행이라 생각하면서. 평생 운동을 제대로 해본 적 없던 사람이 아기를 출산했으니 그 이후의 삶은 안봐도 뻔하지. 출산 전부터 안좋던 목이나 어깨 등쪽은 점점 더 심각하게 굳어가는 느낌이고, 그냥 온몸이 돌덩이처럼 무겁다. 그리고 출산 전보다 몸이 10킬로나 불어있어서 뭘 하든 더 힘들게 느껴지는 것 같다. 그러나 아기가 내 눈 앞에 있으니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고 보는게 맞다. 정말 살기 위해 운동을 해야한다. 이제 올해가 지나면 내 나이의 앞자리수가 바뀌니, 정말 이제부터라도 정신을 차려야한다.

금요일엔 아기가 콧물이 나서 어린이집에 보내지 못했고, 가정보육을 하다가 도저히 안되겠어서 유모차끌고 작업실에 나왔는데, 낮잠도 안자고, 작업실을 뛰어다니며 기름통에 손을 넣었다가 카펫에 쏟고, 그림에 끄적끄적 낙서하고...내가 잠깐이라도 눈 앞에서 안보이면(화장실갈때) 울고불고 난리가 나서 겨우 2시간 정도 나무를 몇개 그리다가 왔다. 토요일에는 아기가 요즘 엄마를 많이 찾아서 산책하고 놀아주다가 늦은 오후가 되어서야 작업실에 나와서 저녁까지 딱 3시간 작업하고 집으로 갔고, 일요일에는 아기와 놀아주던 아빠 허리가 나가는 바람에 작업실에서 작업하다 다시 집으로 가서 애를 봤다. 작업을 하려고 하면 자꾸 무슨 일이 생기고, 내 손이 필요한 순간이 생기니까 집중을 할래야 할 수가 없었다. 풀리지 않는 작업을 한달 두달 세달째 바라만 보면서 한숨만 푹푹. 

그래도, 육아하면서 작업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해야하는걸까. 아니면 그냥 작업을 좀 놓고 내 몸을 더 챙겨야 맞는걸까. 몸을 챙긴다는 핑계로 붓을 안들면 자꾸만 더 더 오래 붓을 들지 못할 수도 있다는 압박감과 불안이 들텐데. 내가 그 스트레스를 잘 이겨낼 수 있을까. 더딘 작업 속도보다 더 큰 스트레스인건 앞이 잘 보이지 않는 내 작업에 대한 확신없음이다. 확신이 서지 않는 작업들을 몇달간 보고있자니 나도 답답하고, 진이 빠지는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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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Diary2021. 10. 14. 15:02

딸은 이제 만 2살도 되지 않는 작고 꼬물거리는 아기지만, 아침만 되면 짹짹이 보러가자고, 안아서 베란다 나가자고 하고, 책 읽어달라고 책책 책책 책 그러고, 우유 달라고 우유 우유 우유 그러고, 창가에 같이 붙어 하늘을 보면 짹짹아~ 하고, 달 달 달을 부르고, 맘마를 달라고 하고, 맘마를 다 먹고나면 (바)나나를 달라고 하고, 나나를 먹고나서는 내가 먹던 떡을 쓱 낚아채 입에 물고 냠냠한다. 상위에 놓인 포도를 한알 따서 작은 손으로 껍질을 눌러 까 입안에 쏙 넣고 씨는 오물오물 입안에 물고 있다가 내가 손을 뻗으면 뱉는, 너무 작고 귀여운 생명체다. 

계단을 오를때는 가끔 내 손을 싹 뿌리치면서 스스로 계단을 오르고 내려가려고 하고, 자기 전에는 어둠 속에서 내 얼굴을 만지고 탐색하며 왼쪽 볼 오른쪽 볼 번갈아가며 계속 자신의 입술을 대 본다. 깔깔 웃고, 엄마 보고싶었어? 하면 으으으으으응 한다. 아침에 일어날때 내가 옆에 누워있으면 그 작고 통통하고 부드러운 손으로 내 볼을 스윽 스윽 쓰다듬는다. 귀여운 아기. 엄마는 계속 노력할게. 우리 아기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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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