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2019. 5. 7. 17:34

페북이 알려준 7년 전 오늘은,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에 도착했던 날이다. 서른살이던 내가 무작정 250만원 들고 3개월간 여행을 떠났던 시절. 혼자 떠났었지만 그곳에서 만난 친구들과 만나고 헤어지면서 참 재밌게 여행했었다.


인도나 네팔에서는 진짜 상상 그 이상의 힘듦과 체력소진으로 ‘혼자 여행을 온 이래로 제일 고생스럽네’라고 생각도 했었다. 그치만 그때 외로움 같은건 1도 느껴본적이 없었다. 혼자여도 너무 좋았고 외로움을 느낄새도 없이 혼자만의 시간을 엄청 즐겼던 것 같다. 혼자일땐 그 누구도 나를 도와주지 못할거란 생각에 그냥 정신차리고 다니기도 바빴으니까. 그런데 태국 방콕에 도착했을 땐 정말 상황이 달랐다. 체력적으로 그리 힘들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마음이 정말 힘들었다. 활기찬 시내의 불빛들과 수많은 유흥상점들... 하물며 꽤 가깝다 생각했던 친구가 방콕에 살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심적으로는 온전한 외톨이가 된 기분이 들었다. 친구는 나의 꼬질꼬질함에 놀라 계속 외모나 옷등을 지적했고, 태국식 영어를 잘 못알아듣는 내게 자신이 이곳에서 무엇을 하며 지내는지, 내 여자친구가 얼마나 화려하고 이쁜지 자랑하기 바빴다. 맛있는 음식을 사주고, 근교 여행에도 나를 데려가곤 했지만...내 마음은 허공에 둥둥 떠다녔고, 나는 방콕이라는 화려한 도시 안에서 가장 마음이 빈곤한 사람이 되었다. 그간 몸은 좀 힘들었지만 너무나 행복했던 인도와 네팔이 그리워서 다음 여정이었던 말레이시아에 가지않고 그냥 인도로 돌아갈까 생각도 많이 했었다. 결국 일주일간의 방콕 여행은 내 생애 최악의 여행지가 되었고, 그 이후로도 방콕에 발을 들이지 않았다. 단지 경유지로만 들렀을 뿐이었다. 내가 화려한 도시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를 확실하게 알았던 7년전 방콕. 다시 간다면 좀 더 좋은 기억으로 예전의 기억들을 지울수 있을까? 방콕을 가보지 않은 짝꿍과 함께라면 좀 더 행복할지도 모르겠다.

Posted by goun